[창간81주년 기획]결국은 정치이다 -보수 혁신과 정권 재창출의 심장, 대구·경북이 판을 바꾸자

대구·경북(TK)에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 국비 지원은 ‘0원’에 묶였고, 미래 첨단 반도체 팹(Fab) 유치는 물건너 갔다. 반면 정치적 구심점을 단단히 다진 호남은 진보진영은 정권창출때마다 엄청난 혜택을 입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는 공항 이전 국비 지원은 물론 800조 원 규모의 대기업 투자까지 끌어안고 있다. 수십 년째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구의 경제 지표(GRDP)는 단순한 산업 침체가 아닌, 철저한 ‘정치적 소외’가 낳은 뼈아픈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보수텃밭으로 뿌리를 내린 대구경북의 경우, 결국 얽혀있는 지역 생존의 현안을 풀고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보수 진영의 확실한 권력 탈환과 정권 재창출’이라고 아니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어차피 찍어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지지와 ‘잡은 고기’ 취급을 감내하던 과거의 타성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특히 정권을 창출하고도 의회 권력을 쥐지 못한 ‘여소야대’의 한계 속에서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끝내 비극적 파국(계엄령 사태 등)을 맞이해야 했던 뼈아픈 교훈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정치적 전략을 요구한다.

이에 대구일보는 창간을 맞아 특별 기획 시리즈 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보수 진영의 단순한 ‘표밭’을 넘어, 뼈를 깎는 혁신의 ‘설계자’이자 대한민국 권력 지형을 재편할 ‘대주주’로 거듭나야 할 대구·경북의 당당한 정치 선언이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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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이준석!”

2021년 6월 11일, 이 한마디가 울려 퍼진 순간, 대한민국 헌정사는 유례없는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며 침몰의 늪에 빠져 있던 보수 정당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 한 번도 달아보지 못한 ‘0선’의 36세 청년을 제1야당의 사령탑으로 세우는 기적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던 보수 진영 스스로도 쉽게 믿지 못했던 극적인 재기의 서막이었다.

이 드라마틱한 역전극의 중심에는 룰(Rule)의 개방성과 이에 격렬히 호응한 ‘민심(일반 국민 여론)’의 거대한 파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전당대회는 전초전인 예비경선(컷오프)과 본 경선(본선)의 투 트랙으로 치러졌다. 예비경선 룰은 대중적 확장성을 평가하기 위해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라는 파격적인 균형을 채택하고 있었다. 영남 중심의 굳건한 당내 조직이나 당협위원장들의 계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던 이준석이라는 정치 신인은 이 5대5의 공정한 링 위에서 대중적 돌풍을 일으키며 1위로 본선 무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본선 룰은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 구조였다. 당원 비중이 70%에 달했기에 전통적 보수층의 조직 표를 쥔 후보가 단연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가 40.9%를 득표하며 1위를 기록했고, 이준석 후보는 37.4% 였다. 예상과 달리 당원 투표에서 큰 차이 없었던 것이다. 예비투표 결과를 지켜본 당심이 민심을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30%가 반영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무려 58.8%로, 과반 이상을 득표해 28.3%에 그친 나 후보를 더블 스코어 이상의 격차를 냈다. 정권재창출이라는 지상 과제 앞에 직면했던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 당원들이 민심의 거센 요구와 대중적 확장성을 확인한 뒤, 기꺼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략적으로 선택한 결과였다.

이 역동적인 무대를 지켜본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진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당시 0선의 30대를 제1야당 대표로 과감하게 선출해내는 보수 진영의 파격적인 유연성과 역동성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준석’ 당대표를 당선시킨 2030 젊은 미래 세대와 6070 전통 보수층의 유기적인 ‘세대 연합’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했고, 이는 이듬해 대선과 지선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보수 정권을 재창출하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민심을 담아낼 줄 아는 열린 규칙과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선택이 결합했을 때, 보수 정치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나경원 연판장’과 당심 100% 룰… 5대5 혁신의 참담한 붕괴

국민의힘 전신인 보수 정당들의 당권 레이스 룰 변천사를 복기해 보면,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민심을 향해 문을 열었던 영광의 기록이자 동시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폐쇄의 성벽을 쌓아 올린 침체의 역사였다.

보수 정당의 전당대회 룰이 민심을 대거 수용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이룬 시점은 2004년 한나라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수 정당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 사건, 일반 대중에게 이른바 ‘차떼기당’으로 각인된 치욕적인 오명 속에 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이대로 우리끼리 뭉쳐 있다가는 보수 전체가 궤멸한다”는 절박함 속에, 당 대표와 주요 공직 후보 선출 규정에 ‘당원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라는 파격적인 동률 구조를 도입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절반이나 수용하겠다는 이 결단은, 보수 정당이 차떼기의 오명을 씻고 기사회생하여 정권을 탈환하는 단단한 주춧돌이 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권력이 안정화되자, 당을 온전히 대통령실의 직할 체제로 만들고 싶어 했던 친윤(친윤석열) 주류 세력의 비민주적인 폭주가 시작되었다. 그 정점을 찍은 사건이 바로 2023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나경원 연판장 사태’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낙점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당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을 맡고 있던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자, 당내 초선 의원 50여 명이 집단으로 연판장을 돌려 불출마를 강압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완장 찬 ‘홍위병’ 노릇을 자처한 국회의원들의 집단 이지메 앞에, 결국 나 의원은 출마를 접어야 했다.

유력 주자를 물리력으로 주저앉힌 주류 세력은 룰마저 입맛대로 뜯어고쳤다. 당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18년간 유지해오던 본선 ‘당원 70%, 민심 30%’ 룰을 전격 폐기하고 예비경선과 본선 모두를 ‘당원 100%’로 개정하며 당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갔다. 차떼기 시절의 뼈를 깎는 반성으로 확보했던 민심 지향적 혁신 가치들을 흔적도 날려버린 참담한 붕괴였다. 이후 총선 참패를 거치며 룰은 ‘당원 80%, 민심 20%’로 소폭 조정되었으나, 압도적인 80% 당심의 벽 앞에서 당의 운명은 여전히 맹목적인 소수 강성 당원들에게 완벽히 종속되어 있는 상황이다.

◆”민심 이기는 당심 없다” …당헌·당규 고쳐야”

당심의 영향력이 절대적 권력이 되면서 보수정당의 체질은 급격히 왜곡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여의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신천지 등 특정 종교 집단의 신도들과 극단주의 유튜버들의 추종자들이 조직적으로 책임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대거 유입돼 일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중도 지향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극성 당원들의 입맛에만 맞는 구호만이 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 원로의 매서운 비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과거 새누리당 대표를 지내며 상향식 공천을 주도했던 김무성 상임고문은 최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맹목적 당심에 기대어 표류하고 있는 현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대표는 당 지도부 일각이 최근 극우적 장외 집회와 궤를 같이하며 당내 통합보다는 징계 드라이브를 거는 행태에 대해 “당 지도부가 당에 설 자리가 없으니까 밖으로 도는 것”이라며 “현 지도부는 이미 징계할 힘이 없고 지도력을 완전히 잃었다. 결국 자기 명을 재촉하는 길로 자꾸 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폐쇄적인 룰과 단일지도체제 아래서 극단주의에 매몰된 현재의 당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며, “하루빨리 현 지도부를 물러나게 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닫혀버린 당헌·당규부터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민심 수용 룰을 복원해 떠나간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는 충고다.

실제로 현재처럼 당 대표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지도체제’ 하에서는 강성 팬덤의 목소리에 정당 전체가 손쉽게 굴복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근지 코리아데이터월드 대표는 “당심의 눈치를 보느라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포기하는 의사결정이 반복된다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는 51%의 과반을 확보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TK발 ‘스마트 보수 유권자 실천 강령’

민심과 괴리된 채 침몰해 가는 보수 정당을 구출하고 차기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불씨를 되살릴 유일한 해법은, 보수의 본가인 대구·경북(TK) 유권자들의 직접적이고 집단적인 행동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핵심 권리당원 중 약 30% 이상이 인구가 적은 호남권(광주·전남·전북)에 집중돼, 이들이 당론과 당권을 쥐고 흔들며 호남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끌어가고 있다. 반면, TK 유권자들은 선거 때 몰표만 줄 뿐 당의 체질을 결정하는 ‘책임당원’ 가입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때문에 밖에서 국민의 힘이 극우화된다고 냉소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도민들이 당원으로 적극 가입해서 TK발(發) 보수 유권자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수정당을 오래 출입한 한 정치전문기자는 “합리적인 상식을 지닌 지역의 2030 청년 세대, 소상공인, 중도 보수층이 책임당원으로 대거 입당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홍위병을 자처하는 강성 세력이나 특정 종교 집단의 목소리가 과대표집되는 현상을 압도할 수 있다. 호남이 민주당의 원청으로 군림하듯, TK 유권자가 보수 정당의 진정한 ‘최대 주주’로 등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김무성 전 대표의 지적처럼 당헌·당규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면서 ” 퇴행해 버린 당대표 및 공직 후보 경선 룰을 예비경선과 본선 모두 ‘당원 50%, 민심 50%’ 이상의 완전 개방형 구조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나아가 당대표 1인의 독선과 계파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 최고위원들이 권력을 고르게 나누고 견제하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명문화하도록 관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정당들이 매년 수백억 원의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원들만의 닫힌 리그를 벗어나 일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의미도 크다”라며 “현재 국민의힘의 폐쇄적인 권력 구조와 체질을 유지할 경우 다가오는 정치 지형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력히 경고했다.

극우 유튜버와 강성 팬덤에 볼모로 잡힌 정당에는 내일이 없다. 민심 50%의 역동성이 다시 국민의 힘으로 들어올때 , 비로소 정권 재창출과 대구경북 대역전의 위대한 서막이 솟아오를 것이다. 밖에서 비판하는 자는 영원한 구경꾼에 불과하지만, 안으로 직접 들어가 룰을 바꾸는 자는 역사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TK 유권자들의 위대한 출발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