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는 창 던지고, 90세는 100m… 대구 달구는 ‘인생 육상’

세계 생활체육 육상인들의 축제인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가 21일 개회식을 열고 13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사진은 2017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마스터즈 실내육상경기대회에서 선수들이 허들 경기를 펼치는 모습. 대구시 제공

106세 태국 선수는 창과 원반을 던지고, 90세 국내 선수는 100m를 달린다. 70대 부부는 나란히 포환던지기에 나서고, 한국 여자 육상 선수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오른 전 국가대표는 남편과 높이뛰기 바를 넘는다.

세계 생활체육 육상인들의 축제인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가 이색 참가자들의 도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기록과 순위보다 참가와 경험에 의미를 두는 대회답게 선수들의 연령과 이력도 다양하다. 개회식은 21일 열리며, 경기는 2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13일간 대구스타디움과 경산시민운동장, 수성패밀리파크, 신천동로 일원 등에서 치러진다.

대회 의미 알리는 이색 참가자들

이번 대회 해외 최고령 참가자는 태국의 사왕 잔프람 씨(106)다. 잔프람 씨는 포환던지기와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등 투척 3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해 ‘타이베이·신베이 월드마스터즈게임즈’에서 대구대회 조직위원회 파견단을 만나 참가를 약속했고 실제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고령 참가자는 경북 경산에 사는 김명락 씨(90)다. 김 씨는 단거리 100m에 도전한다. 달성군에 사는 전 국가대표 임을용 씨(78)는 100m와 400m에 출전한다. 현역 시절 주 종목이던 400m뿐만 아니라 100m에서도 다시 출발선에 선다.

부부 선수들의 동반 도전도 눈길을 끈다. 전남 목포에 사는 김성봉 씨(77)와 오이순 씨(70)는 포환던지기에 함께 출전한다. 김 씨는 하프마라톤까지 신청해 투척과 장거리 달리기를 오간다. 김희선 씨(63)와 도호영 씨(66) 부부는 높이뛰기에 나란히 출전한다. 대회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m92를 넘어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한국 여자 육상 선수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다. 남편 도 씨도 국가대표 높이뛰기 선수 출신이다. 현재 뉴질랜드에 사는 부부는 대구에서 다시 태극마크 시절의 종목에 도전한다.

이들의 출전은 마스터즈대회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35세 이상이면 별도의 기록 기준이나 선발 절차 없이 참가할 수 있다. 항공료와 숙박비, 참가비 등을 스스로 부담하지만 가족과 함께 대회 개최지를 찾아 경기와 여가, 관광을 함께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 선수만의 무대가 아니라 생활체육인이 오랫동안 운동을 이어가며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열린 대회’인 것이다.

엘리트·마스터즈 실내외 대회 모두 개최

이번 대회에는 106개국에서 선수와 동반 가족 등 1만1225명이 참가한다. 등록 선수는 국내 3719명과 해외 3618명 등 7337명이며 나머지는 선수단 관계자와 동반 가족 등이다. 선수들은 트랙 17개, 필드 11개, 로드 6개 등 모두 34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는 단거리와 허들, 릴레이, 도약, 투척, 혼성경기가 펼쳐진다. 보조경기장에서는 투척 종목이 열리고, 경산시민운동장에서는 800m 이상 중·장거리와 장애물 경기, 5000m 경보가 진행된다. 22일 10㎞ 로드경보를 시작으로 23일 10㎞ 달리기, 29일 20㎞ 로드경보, 30일 하프마라톤, 다음 달 2일 수성패밀리파크 6㎞·8㎞ 크로스컨트리가 이어진다.

대구시는 폭염에 대비해 10㎞ 달리기와 하프마라톤 등 도로 경기는 오전 7시에 시작한다. 하프마라톤 코스에는 구급차 14대와 급수·스펀지대 14곳, 미스트존 4곳을 배치한다. 10㎞ 코스에도 구급차 6대와 급수·스펀지대 7곳, 미스트존 3곳을 운영한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경기 일시 중지와 선수 실내 대피를 적극 검토하고 38도 이상이면 경기 전면 중지를 검토한다.

대회 개최는 대구가 쌓아온 국제 육상도시의 위상을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7년 세계마스터즈실내육상경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실외 대회까지 치르면 엘리트 세계선수권과 마스터즈 실내·실외 대회를 모두 개최한 세계 유일의 도시가 된다. 2017년 실내 대회는 아시아 최초였고 이번 실외 대회는 1993년 일본 미야자키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대구는 2022년 세계마스터즈육상연맹(WMA) 총회에서 166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개최지에 선정됐다. 세계육상연맹(WA) ‘클래스 1’ 재인증을 받은 대구스타디움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 국제대회를 효율적으로 치르는 역량도 다시 시험받는다.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


숙박·관광·쇼핑… ‘육상 특수’ 잡는다

대구시는 1만 명이 넘는 선수와 가족이 최장 2주가량 머무르며 숙박과 음식, 쇼핑, 관광 소비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참가자가 항공료와 숙식비를 직접 부담하고 가족 동반 비율이 높은 대회 특성상 경기장 밖에서 발생하는 소비가 크다. 조직위원회는 지역 객실 약 8000개를 확보한 상태다.

선수와 동반 가족에게는 체류 기간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대구스타디움과 수성알파시티역, 용지역, 동대구역, 주요 호텔, 경산시민운동장, 수성패밀리파크 등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19일부터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 대구공항, 대구역, 동대구역에 통역 인력이 배치된 안내 데스크를 설치해 대구행 교통편과 대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은 대구 문화와 관광을 알리는 축제장으로 꾸민다. 2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대구스타디움몰 칼라스퀘어와 서편 광장에서 ‘대구에서 즐기는 세계 육상인들의 여름휴가’를 주제로 부대행사를 연다. 한복과 한방차, 한글 노리개 이름표 만들기, 전통 스포츠, 인공지능(AI) 스포츠, 피부·헤어 관리와 네일아트 등 한국 문화와 대구 의료관광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지역 음식점과 대구커피협회가 참여하는 음식 공간, 세계 음식 트럭과 벼룩시장, 공식 상품 판매점도 운영한다. 국악과 K팝, 팝페라, 디제잉 공연이 이어지고 개회식 축하공연에는 아이브와 김용빈, 전유진, 손빈아 등이 무대에 오른다. 참가자들이 경기를 치른 뒤 팔공산국립공원과 서문시장, 동성로, 수성못, 도동서원 등 지역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도록 관광 정보도 제공한다.

대구정책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이번 대회의 생산유발효과를 146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를 579억 원, 고용유발효과를 1573명으로 추산했다. 단기적인 숙박·외식 매출을 넘어 대구의 도시 브랜드를 세계 생활체육인들에게 각인하는 효과까지 기대하는 이유다.

마깃 정만 세계마스터즈육상연맹(WMA) 회장은 “대구는 육상에 대한 열정과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 세계 최고 수준의 대구스타디움을 갖춘 최적의 개최지”라며 “이번 대회가 뛰어난 경기와 한국의 문화, 따뜻한 환대가 어우러지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