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추신수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두 발에 납주머니를 차고 달리다가 이를 벗어던지면 몸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워진다. 야구 방망이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배트로 훈련하다가 가벼운 배트를 휘두르면 스윙 스피드가 한층 더 빨라진다. 빠른 볼 대처가 그만큼 용이해진다는 뜻이다. ‘추추 트레인’도 그런 훈련 방법을 취한다.
추신수(39·SSG 랜더스)는 타격 훈련을 할 때 길이 35인치, 무게 35온스(992g)의 방망이를 사용한다. 사실 2000년대 타자들은 950g 안팎의 배트를 휘둘렀으나 요즘은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지고 구종도 다양해지면서 웬만한 국내 거포들도 900g 이상의 배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윙 스피드를 살리는 타격이 선호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추신수도 실제 경기에서는 연습 때보다 무게 100g을 낮춘 890~900g 무게의 배트를 사용한다. 그런데 특이점이 있다. 좌투수, 우투수 상대 배트가 각각 다르다. 추신수의 국내 대리인을 맡고 있는 송재우 전 갤러시아SM 이사는 16일 오후 〈한겨레〉와 통화에서 “좌투수 상대 때는 조금 더 투구 반응 속도가 빨라야 하기 때문에 우투수 상대 때보다 가벼운 배트를 사용한다. 좌투수라고 해도 볼이 느리거나 하면 우투수 때와 같은 방망이를 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길이도 1인치 정도 차이가 나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생긴 그만의 요령 같다”고 했다. 이를테면 890g은 좌투수 대비용, 900g은 우투수 대비용이다. 타석에 설 때 상대 투수 유형별로 대처 무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국내 타자들도 시즌 중 체력이 떨어지면 배트 무게를 줄이고는 한다. 하지만 추신수는 아예 처음부터 상대 투수 맞춤형으로 배트를 준비한다. 그가 영리한 타자임에는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그런 점 때문에 정글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던 것이고.
김양희 기자 [email protected]